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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산업과 실리콘의 미래는?

  • 메타브레인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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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 11년 25일부로 유럽에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에 대한 특허(정확히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표면에 이산화규소(SiO2)를 코팅해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기술)가 만료되어 공공 도메인으로 전환됐다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에 대한 족쇄가 풀린 것이다바야흐로 일부 브랜드가 거의 독점 사용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개발에 후발 주자들도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실리콘은 이스케이프먼트에 주로 활용한다. 시계 부품 중에서 가장 많은 마찰을 견뎌내면서 일정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이스케이프 휠과 팰릿 포크이기 때문이다.

보메 메르시에 클리프턴 보매틱을 끝으로 더 이상 리치몬트 그룹에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한 시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17년 보메 메르시에는 클리프턴 매뉴얼 1830을 출시했는데 여기에는 파워스케이프(Powerscape™)라고 명명한 실리콘 이스케이프먼트과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칼리버 BM12-1975M이 들어갔다. 보메 메르시에는 서로 다른 결정 방향을 지닌 두 개의 실리콘 층으로 이루어진 트윈스퍼(Twinspir™) 밸런스 스프링을 선보였다. 여세를 몰아 다음 해에는 실리콘 부품을 사용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보매틱까지 내놓았다. 오랜만에 보메 메르시에에 활기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특허 침해에 대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보메 메르시에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대신 합금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한 후속 모델을 출시해야 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리치몬트 그룹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허락된 특권

실리콘 연구는 밀레니엄을 전후로 시작됐다. 선구자는 율리스 나르당이었다. 쿼츠 위기 이후 기계식 시계의 부흥을 주도한 율리스 나르당은 CEO 롤프 슈나이더와 워치메이커 루드비히 외슬린 박사 그리고 최고 운영 책임자(COO)를 역임한 피에르 기각스의 주도하에 실리콘 연구에 뛰어들었다. 율리스 나르당은 2001년에 출시한 프릭(Freak)에 실리콘으로 만든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했다. 실리콘 부품을 도입한 최초의 시계로 기록된 프릭은 도전과 혁신의 상징이자 율리스 나르당을 넘어 21세기 워치메이킹의 아이콘으로 남았다. 

2001년 바젤월에서 처음 소개 프릭. 이름처럼 기이한 디자인과 메커니즘으로 시계 업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무브먼트가 회전하며 시간을 알려준다. 무브먼트 케이스에 꽉 들어찬 배럴은 1시간에 한 바퀴 회전하며, 브리지가 1시간에 한 바퀴 회전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전달한다.

율리스 나르당이 방아쇠를 당기자 시계 업계의 거물인 파텍 필립, 롤렉스, 스와치 그룹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스위스 전자 및 마이크로 기술 센터(Swiss Center for Electronics and Microtechnology, CSEM)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실리콘 연구 개발에 나섰다. 초기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부서지기 쉽고, 온도 변화에 민감해 난항을 겪었으나 결국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산화시켜 표면에 이산화규소 층을 입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인바(Invar) 합금을 발명하여 19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샤를 에두아르 기욤을 기리는 의미에서 해당 기술을 실린바(Silinvar®)로 명명했다. 이에 반해 율리스 나르당은 실리시움(Silicium, 프랑스어로 실리콘이라는 뜻이기도 함)이라는 독자적인 상표를 등록했다. 이로써 율리스 나르당과 컨소시엄에 참여한 파텍 필립, 롤렉스, 스와치 그룹은 시계에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특권을 얻은 이들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 시가텍의 실리콘 부품 제조 시설

  • 자외선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부품의 패턴을 전사하는 과정

율리스 나르당은 2006년에 미모텍(Mimotec)과 손을 잡고 실리콘 부품 전문 제조 업체 시가텍(Sigatec)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스위스 발레(Valais)에 있는 시가텍은 시계 외에도 생물 의학, 우주 항공 분야에 쓰이는 실리콘 부품을 생산한다. 2007년에는 실리콘 부품 표면에 단결정 다이아몬드를 코팅해 성능을 개선한 다이아몬실(Diamonsil®)을 개발해 프릭에 접목시켰다. 이와 더불어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이 일정하게 수축과 팽창을 할 수 있도록 특정 구간을 두껍게 만들거나 바깥쪽 부분을 타원형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합금 밸런스 스프링이 도달하기 어려운 최적의 등시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율리스 나르당은 실리콘 부품을 사용한 시계의 경우 10년 보증을 제공한다. 이는 실리콘에 관한 기술력에 율리스 나르당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 실리콘 부품으로 구성된 오실로맥스(Oscillomax®)

  • 파텍 필립의 거믜 모든 기계식 시계에 사용되는 스파이로맥스(Spiromax®) 밸런스 스프링

파텍 필립은 어드밴스드 리서치(Advanced Research)를 통해 상용화를 모색했다. 2005년 실린바 이스케이프먼트를 필두로 2006년에는 스파이로맥스(Spiromax®) 밸런스 스프링을, 2008년에는 펄소맥스(Pulsomax®) 이스케이프먼트를, 2011년에는 자이로맥시(GyromaxSi) 밸런스를 비롯해 스파이로맥스 밸런스 스프링과 펄소맥스 이스케이프먼트를 통합한 오실로맥스(Oscillomax®)를 연이어 개발했다. 파텍 필립 역시 기하학적이거나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형태의 실리콘 부품을 만들어 시계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현재 파텍 필립은 자사의 시계 대부분에 스파이로맥스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할 정도로 실리콘을 신뢰하고 있다. 파텍 필립이 허용하는 기계식 시계의 하루 오차는 -1~+2초로 업계에서 가장 엄격하다. 이 같은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스파이로맥스 밸런스 스프링의 역할도 분명 작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오버코일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낸 브레게. 결국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2개를 이어 붙이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통해 획기적인 스파이럿 시스템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독특한 형태의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공개했다. 하루 오차는 0~+2초에 불과하다.

스와치 그룹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니바록스 또는 니바크론 같은 합금 밸런스 스프링을 동시에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과 같은 실리콘 부품은 스와치 그룹의 상위 브랜드, 예를 들면 론진, 오메가, 블랑팡, 브레게만 사용한다. 그 외 브랜드는 니바록스 또는 니바크론 밸런스 스프링을 쓴다. 다시 말해 스와치 그룹은 브랜드 포지션에 따라 실리콘을 차등적으로 기용한다. 이는 실리콘이 성능 면에서 우월하거나 혹은 보다 고차원의 워치메이킹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는 예라고 할 수도 있다. 생산량이나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분류했을 가능성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브레게다. 브레게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도입하기 이전에 브레게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을 채택했다. 창립자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유산이기에 브레게 오버코일 밸런스 스프링의 사용 여부는 단순히 정확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브레게가 지켜야 할 과업이었다. 문제는 취성 때문에 실리콘으로 브레게 오버코일을 성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브레게는 2개로 분리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이어 붙이는 신묘한 해결책을 마련해 전통을 고수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롤렉스의 드레스 워치 퍼페추얼 1908

  • 여성용과 드레스 워치에 쓰이는 실록시 헤어스프링. 격렬한 운동이나 활동량이 많은 환경에 노출되는 시계에는 쓰이지 않는다

  • 블루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이 실록시 헤어스프링보다 롤렉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에 반해 롤렉스는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여줬다. 롤렉스는 특허를 얻은 뒤로도 한참이 지난 2014년에서야 실록시(Syloxi) 헤어스프링을 칼리버 2236에만 적용했다. 현재 롤렉스는 실록시 헤어스프링을 당사의 무브먼트 가운데 작은 축에 속하는 칼리버 2236과 칼리버 7140에만 투입하고 있다. 나머지 제품에는 우리가 잘 아는 블루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쓴다. 이는 실리콘의 우월함을 롤렉스가 모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추측하기론 롤렉스는 시계 제작의 전통을 어느 정도 지키길 원하며, 그들의 모토인 변하지 않는 가치 혹은 영속성(perpetual)이라는 측면에서 합금 밸런스 스프링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을 기치로 내건 프로페셔널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에 약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은 롤렉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을 수도 있다. 종합하자면, 여성용 제품이나 퍼페추얼 1908처럼 케이스 크기가 작고 이로 인해 공간의 제약이 있을 경우 실록시 헤어스프링을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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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율리스 나르당, 파텍 필립, 롤렉스, 스와치 그룹을 제외하고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시계에 접목한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은 모두 시계의 요람인 스위스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가 아닌 곳에서도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개발하거나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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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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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를 방문한 F.P. 주른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마이크로 및 나노 제조 연구소에서 실리콘 부품을 연구하고 개발한 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Firehouse Horology)다. 2015년에 설립된 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는 2019년 F.P. 주른과 협업을 한다고 발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F.P. 주른은 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의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자사의 무브먼트에 장착해 테스트를 진행했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뒤로 F.P. 주른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채택하지 않았다. 실리콘 부품과 F.P. 주른이 추구하는 가치가 상충하여 끝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걸까? 현재 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의 웹사이트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으로 연구가 정체됐을 수도 있고, 파이어하우스 오롤로지가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상세 정보
  • 가로 / 세로 :
    38.3 x 38.3mm
  • 두께 :
    8.91mm
  • 케이스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과 폴딩 버클, 여분의 가죽 스트랩과 폴딩 버클(츠바 동 손)
  • 다이얼 :
    사파이어 크리스털, 양극산화 처리한 금속 프레임(츠바 블루), 18K 골드 울트라마린 또는 슬레이트(츠바 동 손)
  • 무브먼트 :
    보셰 칼리버 5401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시, 분, 초
  • 시간당 진동수 :
    21,600vph(3Hz)
  • 파워리저브 :
    48시간
  • 가격 :
    19,500스위스프랑(한화 약 3130만원)
  • 수량 :
    100개(츠바 블루) ,80개(츠바 동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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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1년 25일부로 유럽에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에 대한 특허(정확히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표면에 이산화규소(SiO2)를 코팅해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기술)가 만료되어 공공 도메인으로 전환됐다.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에 대한 족쇄가 풀린 것이다. 바야흐로 일부 브랜드가 거의 독점 사용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개발에 후발 주자들도 뛰어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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